피 속의 파도, 가변설치, 유광페인트, 생선상자, 2017
Waves in the Blood, installation, used fish box, various size, 2017
파란색 유광 페인트가 칠해진 4면에는 해체한 낡은 생선상자로 심전도 그래프같은 선적인 드로잉을 하였다. 그리고 다량의 부서진 생선상자를 마치 태풍 후의 잔해처럼, 파도처럼, 뭍으로 밀려나온 고래의 사체처럼 입구부터 거칠게 쌓아두었다. 해방이후 근대사에 기록되지 않은 도시 하층민의 인생 격정과 심리적 경험은 작가의 정서적 원형으로 남았고 이것은 강력한 후각적 자극을 동반한 날것의 에너지를 빌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드러누운 할배는 모든 구멍으로 술냄새를 뿜는 고래같았다. 할매는 말없이 개수대 옆에 쪼그리고 돌아 앉아 팔고 남은 잡고기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개수대 구멍이 과묵한 할매처럼 검붉은 피를 꿀꺽거렸다. 할배가 습관적으로 개수대 옆 벽에 뜨거운 오줌을 갈겨대는 통에 파란색 페인트벽은 쉽게 벗겨졌다. 그는 수시로 그 위에 파란색을 덧칠했다. 체액을 머금고 두꺼워진 페인트벽 덕에 여름이면 생선피냄새와 오줌냄새와 술냄새가 더 진해졌다. 술독에 빠져 살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할배, 말을 삼키다 속이 썩어 돌아간 할매, 그 둘 사이에서 살아 남느라 외롭고 피폐해진 아비의 속내가 멀쩡한 겉을 뚫고 진동했다. 그들의 기질과 근대사 속 질곡은 어떤 말보다 실재적인 내 몸의 일부가 되어 혈관 속을 파닥거린다."
-김도희 작가노트